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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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

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

by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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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므앙씽가는 버스터미널 위치를 묻는 식당 주인이 말했다.

식당 안에 손님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루앙남타

지나가는 여행객도 보이지 않는 도시이다.

거기서도 산길을 2시간 이상 가야하는 므앙씽

그곳을 간다고 하니 친절한 말투로 나를 달랜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

무언가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여행자의 특권임을,

그 분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평탄하지 않은 도로를 버스는 위태하게 달렸다.

울창한 나무 숲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쩌다 초록이 아닌 다른 색깔을 가진 식물들이 보일 법도 한데,

온통 진초록, 청록, 녹색의 고만고만한 색들이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길은 좁았고, 버스는 기우뚱거렸지만 풍경만은 장관이었다.

한 굽이돌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의 산이다가,

또 한 굽이돌면 가보지 않은 아마존 밀림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버스가 한 번씩 허리를 꺾을 때마다 다른 풍경들이 펼쳐졌다.

아름다움이 아닌 멋진 길이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여행객은 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작은 동네였다.

뭔가를 구경하러 온 내가 오히려 구경거리가 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조심스레 살피다

눈이 마주치면 쳐다봐서 미안하다는 듯 다정한 웃음을 보여줬다.

 

닭소리에 아침잠을 깨고,

밀린 빨래를 하고,

숙소 뒤 누런 벌판을 멍하니 보다가,

배고픔을 핑계로 숙소를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외롭지 않게 잠들었다.

 

단조로웠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쳐다보던 동네 주민들은,

둘째 날은 인사를 하고,

셋째 날은 안부를 물으며, 먹을거리를 나눠주기도 했다.

마치 새로 이사 온 이웃마냥.

 

아이들과 같이 축구를 하고,

아주머니들과 같이 채소를 다듬고,

먼지 날리는 길가에 앉아,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할아버지 옆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에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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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메고,

터미널로 가는 동안

사람들로부터

아주 긴

배웅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기에

사람들이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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