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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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

탁발 효과

by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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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발효과

루앙프라방은 불심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어둠속에 주황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정중한 표정과 맨발의 스님들은 진중한 발걸음으로 조용히 지나간다.

옮기는 걸음마다 믿음 담은 시주로 발우가 가득하다.

이른 새벽 삶을 시작하는 장사꾼들의 소리마저 탁발처럼 엄숙한 분위기다.

시주하려는 신도들만큼 탁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소소하게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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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은 나눔과 무소유의 행위다.

 

시주 받은 음식은 하루치 먹을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더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종교는 없지만 그들의 행위에 먹을 것과 나의 욕망을 미안하게 보태었다.

 

탁발을 보려고 설친 잠을 깨우기 위해 노점 카페를 찾았다.

의심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얼굴을 한 두 부부는 정성스레 주문을 받았다.

커피를 타는 도중 미처 끝나지 않은 탁발 행렬이 지나갔다.

부부는 하던 손을 멈추고 예를 갖추어 시주를 했으며, 스님들이 사라질 때가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의 지극한 불심에 나도 덩달아 무릎을 접어 낮은 자세로 스님들을 배웅했다.

따뜻한 한 잔의 커피는 새벽잠을 쫓아주었고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할 때 즈음, 불현 듯 커피 값이 하루치 숙박비와 같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자라는 틈을 이용한 절망적 상도덕에 잠깐의 실망은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쓴 웃음 한 번으로 나를 토닥였다.

 

믿음과 양심이 별개의 문제란 걸 모른 내 탓으로 돌리며, 유해진 마음 쓰임을 갖게 한 그들이 나의 부처일지도 모른다.

 

2022.09.24 - [알고 떠나자/라오스Laos] - 라오스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Luangprabang

 

라오스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Luangprabang

루앙프라방Luangprabang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제1의 관광도시로 한때는 황금의 도시란 뜻을 지닌 ‘씨앙통Xieng Thong’fh 불렸을 정도이며 위쑨 왕 대 신성한 불상인 ‘파방Pha Bang(=프라방)’을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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