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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18

서툰 표현 서툰 표현 여행 사진을 뒤적이던 사람들이 묻는다. 왜 뒷모습의 사진만 있느냐고. 대답을 위해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볼 수 없는 나의모습이 궁금해서인지, 남들만 보는 나의모습이 궁금해서인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어색한 표정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솔직했고 가식적일 수 없는 뒷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척’하는 나의 앞모습만을 믿는다. 너만의 꿈은 응원해 루앙프라방 푸시산에서 일몰을 보고 있을 때였다. 조심스럽게 다가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이름도 가물가물한 열여덟 소년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소년의 열망은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을 money-infor.com 2023. 1. 8.
너만의 꿈은 응원해 루앙프라방 푸시산에서 일몰을 보고 있을 때였다. 조심스럽게 다가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이름도 가물가물한 열여덟 소년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소년의 열망은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을 기다리고 동냥하듯 그렇게 한 마디씩, 한 문장씩 한국어를 익히게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한국에서 노동자였던 사람을 만난 적도 있었고, 운 좋게 얻어 탄 차의 부부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첫마디가 스리랑카 청년들이 한국을 많이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취업을 많이 나간다는 뜻이었다) 이집트에서도, 인도에서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취업을 물어보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외국인 취업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밍’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청년 중 한 사람이었다. .. 2022. 12. 30.
선택 여행을 다니며 나름 지키는 원칙이라 이름 붙이기는 낯부끄러운 나와의 약속이 있다. 내가 납득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설령 그것이 바가지라 해도 적당히 눈을 감아준다거나 기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이동수단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짜익티요 황금사원은 미얀마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한다는 곳이다. 거대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황금바위는 흡사 우리나라 흔들바위와 비슷하다.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떨어질 듯 서 있지만 이제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영험한 곳임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산 입구에서 트럭을 개조해 만든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40여분을 올라가면 사원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상점이 있는 길을 지나고 계단을 오른 후에도 넓은 사원을 가로질러 가야 황금바.. 2022. 12. 9.
죽음을 기다리는 집 인도에 ‘갠지스 강’이 있다면, 네팔에는 ‘마그마티강’이 있다. 마그마티강은 인도 갠지스 강의 지류로 인도에서도 성지순례를 올 정도로 힌두교도들에게 성스러운 강이다. 마그마티 강에도 인도의 갠지스 강처럼 화장터가 유명하다. 6곳이나 되는 화장터에서는 연신 시신을 화장하는 연기로 가득하다. 여기까지는 인도의 갠지스 강과 다를 바 없는데 이곳에는‘죽음을 기다리는 집’이 있다. 힌두교의 장례 예법은 사망 후 24시간 이내 화장을 해야 고통스러운 윤회를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화장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미리 와서 죽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다. 내일도 당연하게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허망하게 죽는 이들도 있고, 병상에 누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 따위가 무색하게 몇 년을.. 2022. 11. 24.
내 업보는 집착 ‘배낭의 무게는 전생의 업보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다. 배낭을 꾸릴 때마다 나는 이 말을 되새기곤 한다. 업보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기 위해 수없이 짐을 고쳐 꾸린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첫 여행보다는 무게가 줄긴 했지만 더 이상은 줄지 않는 무게의 마지노선이 나의 업보라 생각하며 여행을 다녔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튀르키예에 도착했다. 환승시간이 짧은 데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정신없이 뛰어 튀르키예 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나의 짐은 타지 못했다. 상상조차 안 해본 일이라 의심 없이 늘 하던 대로 수화물 벨트만 노려보며 파란 배낭을 찾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과 같이 수화물 벨트는 무심히 돌아가고 있었고 친절한 튀르키예 청년이 나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너의 짐은 나오지 않아. 그러.. 2022. 11. 9.
조심과 불신의 균형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는 말이 정확하다. 파리에서의 첫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둘러본 후 뭉클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기본 백 살은 넘어 보이는 유럽식 건물들은 신기함 그 이상이었다. 부산스럽지 않으면서 화려한 건물들과 파리 도시 자체가 풍기는 예술적 분위기에 취해 감성은 부풀어 올랐다. 감동을 같이 나눌 누군가가 없었기에 오롯이 벅찬 감동을 혼자 감내하느라 나는 꽤나 흥분했다. 혼자 센 강변을 걸으며 황홀한 기분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파리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는 것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다다랐을 때 여권이 없어진 것을 알기 전 까지는 더할 나위 없었다. 유럽에는 소매치기가.. 2022. 10. 22.
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곳은 없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므앙씽’ 가는 버스터미널 위치를 묻는 식당 주인이 말했다. 식당 안에 손님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루앙남타’ 지나가는 여행객도 보이지 않는 도시이다. 거기서도 산길을 2시간 이상 가야하는 ‘므앙씽’ 그곳을 간다고 하니 친절한 말투로 나를 달랜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 무언가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여행자의 특권임을, 그 분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평탄하지 않은 도로를 버스는 위태하게 달렸다. 울창한 나무 숲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쩌다 초록이 아닌 다른 색깔을 가진 식물들이 보일 법도 한데, 온통 진초록, 청록, 녹색의 고만고만한 색들이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길은 좁았고, 버스는 기우뚱거렸지만 풍경만은 장관이었다. 한 굽이돌면 우리나라와 .. 2022. 10. 4.
길 위에서 길 위에서 여행을 간다. 익숙함이 무료해질 때 비행기를 탄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름도 모르는 음식을 먹고, 공기마저 생경한 길을 무작정 걷는다. 풍경은 낯섦을 개의치 않고 호기심으로 변했고 해가 주춤해진 오후 다섯 시 길 위에서 잠시 두리번거렸다. 밤이면 낯선 이들과 서먹함이 서걱거리는 밥을 먹고, 어색함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걸어 온 길과 가야 할 길 이야기로 밤은 깊었고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우리는 여행자였다. 오늘 처음 만났고, 내일이면 모르는 사람이 될지라도 여행자라는 동질감에 서로 위안이 된다. 아침이면 여행자들은 서로를 떠나고, 서로에게서 떠나간다. 짧은 인연이 길 위에서 여러 번 스친다. 낯섦의 긴장감마저 익숙해질 때 무료한 일상은 신선해진다. 떠남으로 일상을.. 2022. 9. 30.
탁발 효과 탁발효과 루앙프라방은 불심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어둠속에 주황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정중한 표정과 맨발의 스님들은 진중한 발걸음으로 조용히 지나간다. 옮기는 걸음마다 믿음 담은 시주로 발우가 가득하다. 이른 새벽 삶을 시작하는 장사꾼들의 소리마저 탁발처럼 엄숙한 분위기다. 시주하려는 신도들만큼 탁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소소하게 소란하다. ‘탁발’은 나눔과 무소유의 행위다. 시주 받은 음식은 하루치 먹을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더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종교는 없지만 그들의 행위에 먹을 것과 나의 욕망을 미안하게 보태었다. 탁발을 보려고 설친 잠을 깨우기 위해 노점 카페를 찾았다. 의심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얼굴을 한 두 부부는 정성스레 주문을 받았다. 커피를 타는 도중..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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