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며 나름 지키는 원칙이라 이름 붙이기는 낯부끄러운 나와의 약속이 있다. 내가 납득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설령 그것이 바가지라 해도 적당히 눈을 감아준다거나 기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이동수단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짜익티요 황금사원은 미얀마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한다는 곳이다. 거대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황금바위는 흡사 우리나라 흔들바위와 비슷하다.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떨어질 듯 서 있지만 이제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영험한 곳임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산 입구에서 트럭을 개조해 만든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40여분을 올라가면 사원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상점이 있는 길을 지나고 계단을 오른 후에도 넓은 사원을 가로질러 가야 황금바위사원이 나온다.
트럭버스에 내리면 가마꾼과 짐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짐꾼들은 대나무 바구니로 신도들이 들고 온 시주할 물건이나 음식을 옮겨주고, 가마꾼들은 걷기가 힘든 사람의 이동수단이 되어준다. 힘없는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물론 걷기 싫은 사람들도 얼마의 돈을 지불하면 되는 교통수단인 셈이다.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가마를 타고 가는 사람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보는 나는 불편하다. 앞 뒤 두 명의 가마꾼이 어깨로 모든 무게를 감당한다. 가마꾼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검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흐른다. 더운 날씨에 벗어던진 윗도리 탓에 맨살로 가마를 받치며 간다. 한 계단,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마른 다리의 근육이 실룩인다. 웃음기는 고사하고 피로마저 더위에 녹아내린 듯한 얼굴은 가쁜 숨소리가 점령을 했다. 이것이 그 사람의 생업이라는 것이 가혹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와 같이 불편하다고 타지 않는다면 가마꾼은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태국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하지 않을 때도,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낙타를 타라고 호객할 때도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코끼리와 낙타의 먹이 값을 지불하는 것이고, 그것만이 동물들을 살리는 일이라고. 하지만 난 타지 못했다. 코끼리의 크고 슬픈 눈과 낙타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내 몸무게를 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자전거 릭샤는 두 번은 타지 못했다.
내 맘 편하자고 상대방의 생업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비정한지, 내 몸 편하자고 상대방의 힘겨움을 사는 것이 냉정한지 알 수 없다. 모호한 선택 앞에 유연하지 못한 다짐으로 고집을 부리긴 하지만 확신 없는 신념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나를 위로해 본다.
2022.10.10 - [알고 떠나자/미얀마Myanmar] - 미얀마 남부 짜익띠요Kyaiktiyo, 파안Hpa-an
2022.09.12 - [알고 떠나자/미얀마Myanmar] - 황금의 나라 미얀마Myan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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