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꿈은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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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

너만의 꿈은 응원해

by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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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푸시산에서 일몰을 보고 있을 때였다. 조심스럽게 다가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이름도 가물가물한 열여덟 소년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소년의 열망은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을 기다리고 동냥하듯 그렇게 한 마디씩, 한 문장씩 한국어를 익히게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한국에서 노동자였던 사람을 만난 적도 있었고, 운 좋게 얻어 탄 차의 부부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첫마디가 스리랑카 청년들이 한국을 많이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취업을 많이 나간다는 뜻이었다) 이집트에서도, 인도에서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취업을 물어보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외국인 취업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밍’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청년 중 한 사람이었다. 막 스물을 넘긴 밍은 너무도 순진해 안쓰럽기까지 한 미얀마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었다. 밍의 고향은 양곤에서도 10시간을 가야하는 바닷가 도시라고 했다. 그곳에서는 자신이 할 일이 없어 양곤까지 와서 일을 한다고 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숙식이 제공되어 다른 일자리보다 좋다며 순수한 웃음만큼 순수한 이유를 말했다.

여행 첫날, 밤늦게 도착을 하는 비행기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는 한인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었다. 마침 한국인 사장은 부재중이었고 사장 대신 밍은 나에게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혼자 온 내가 심심할까 봐 말도 시켜주고 택시를 탈 때면 직접 흥정까지 해주었다. 그런 밍이 고맙고 기특해서 밍이 좋아한다는 한국 라면과 소주를 사다 주기도 했었다. 유독 한국어만 말하려고 하고 한국어에 대한 열정도 강해서 사장이 한국인이고 한국 여행자가 많이 오는 곳이니 직업정신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줄 알았다.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네.”

“한국에 가고 싶어요.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왜냐고 묻지 않아도 이유는 알 것 같았지만 밍에게 힘을 실어줄 수는 없었다. 밍의 말대로 한국이 미얀마보다 임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물가도 높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래도 밍의 주변에는 ‘코리안 드림’을 실현시킨 친구들이 많았기에 실감 나지 않는 한국 물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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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멀게 만 느껴지는 미래의 일들이 한국에만 가면 성큼성큼 다가오리라 믿는 것 같았다. 실제 몇 년 착실하게 일하면 고향집도 넓혀주고, 약값과 병원비 걱정 없이 부모님 건강도 챙겨드리며, 동생들 공부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년의 시간에는 감내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하지 못하는 듯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어눌한 삶의 최전방에 서 있는지 모른다.

환상이 적절히 가미된 희망을 품고 시작할 한국생활에서 그가 마주할 시련들이 걱정되었다. 낯선 땅에서 혼자 견뎌야 할 절망과 좌절을 극복을 할 수 있을지 그것으로 인해 혹여 라도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한국 땅에서 한국인 겪는 어려움과는 결이 다른 난관에 부딪히고,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갑질의 눈빛과 보이지 않는 부당함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코리안 드림’ 속에 자신의 ‘드림’은 있는지 묻고 싶었다. 경제적 풍요로움만 좇다 훗날 정신적 헛헛함을 느끼지 않을, 이상과 다른 현실 앞에 무릎이 꺾여도 힘을 낼 수 있는 자기만의 꿈을 가졌으면 했다. 가족들을 위해 소비한 자신의 젊음이 억울하지 않을 만큼 딱 그 정도의 이기적인 꿈을 꾸길 바랬다.

 

“밍, 너만을 위한 꿈이 있다면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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