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 이집트 다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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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 이집트 다합

by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202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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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이집트 ‘다합’은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곳이다. 숙소에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질리지 않는 바다가 있고, 저렴한 물가 또한 넉넉지 못한 배낭 여행자에겐 매력적이다. 맑음을 넘어선 투명한 홍해 바다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 바다를 좋아하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에 늘어선 카페에서는 차 한 잔만 마시면 스노클링을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어 싫증날 때까지 물속을 구경할 수도 있다. 바다가 지겨워지면 근처 사막에서 4륜 오토바이나 낙타를 즐길 수 있고, 모세가 십계명을 받아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 시나이 산을 다녀올 수도 있다.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하루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다.

 나는 다합에서 열흘을 보냈다. 원래 다합에서 요르단을 갈 계획이었지만 가기로 한 전날 폭우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았다. 다음날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었으나 왜 그러했는지 요르단을 아쉬움 없이 포기하고 이집트 여행 일정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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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보다 여행기간이 긴 편에 속한다. 많은 곳을 다녀서가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삐 움직이지 않으며 나의 컨디션에 맞춰 여행을 설계한다. 여행을 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니지는 않아도 하루를 계획하고, 쉬는 시간이라는 명목은 있으나 실제로 완전한 쉼은 없었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정리하거나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머리는 늘 바쁜 상태였다. 주변 환경만 달라졌을 뿐 여행에서도 나는 한국에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나태함으로 여겼으며,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 빈틈없는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했다. 항상 부지런 하다는 말을 들으며 난 그것이 좋은 것이며 열심히 사는 반증이라 생각했다. 남들보다 속도는 늦은 여행일지 몰라도 정신적 여유는 없는 여행이었다. 뭔가를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얻을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이란 생각에 나의 머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배움을 갈구하고 찾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초초,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난 완전한 휴식을 취한 적이 없었다. 조급함에 항상 앞서가는 마음을 좇느라 몸과 마음은 늘 바빴다. 어쩌다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번아웃 정도는 삶에 있어 당연시 생각하고 그 후 밀려드는 무기력은 나의 정신력을 탓하며 늘어지는 나를 붙잡으려 더 몰아세우고 재촉했었다. 나를 돌보지 않은 채 남의 속도에 나를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이집트 홍해 (다합)

 

다합에서 나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계획 없이 생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없었다. 나의 머리는 시간의 공백에 대해 헤매고 있었지만 나의 가슴은 ‘멈춤’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성적 신호가 순수한 욕망을 지배하여 자발적 고립에 의한 고독의 상태가 되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시선의 소통마저 차단한 채 철저한 이방인으로 지냈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비움’의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완전한 ‘멈춤’으로 현재에 ‘집중’하며 완벽한 ‘휴식’을 즐겼다. 내 속의 나를 들여다보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한국에서처럼 처리해야 할 일도없었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내가 말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그 순간 나의 마음과 머리가 원하는 것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면서 내안의 나에게만 집중했다. 꺼질 듯 처져있던 나의 몸은 가벼워졌고 터질 듯 복잡하게 얽힌 머리도 개운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새삼 깨달은 다합에서의 시간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달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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