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단상'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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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18

너를 믿어 -스리랑카 웰리가마 서핑은 인간이 물 위를 걸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어느 정도 실현시켜주는 운동이다. 자전거나 자동차에 나를 얹고 나의 의지대로 가는 것과 같이 서핑도 파도위에 나를 맡기지만 나의 뜻대로 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서핑도 자전거와 자동차처럼 파도를 ‘탄다’는 표현을 쓴다. 내가 움직이는 파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포츠다. 서핑은 보드에 엎드려 팔로 물을 저으며(이것을 ‘패들’이라고 한다) 바다로 나간 후 파도가 오면 보드에서 몸을 일으켜 잡은 파도를 타면 된다. 패들을 할 때 한 팔씩 깊게, 길게 해야 멀리 나갈 수 있다.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팔을 많이, 잦게 움직이게 되면 멀리 가지도 못하면서 힘만 든다. 파도가 왔다고 무턱대고 급하게 일어서면 중심을 잃.. 2022. 9. 23.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눈물을 보이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서운해도 참습니다. 속 좁은 인간으로 보일까봐 말입니다. 상처 받아도 티를 내지 않습니다. 상처 받지 않으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으면서 말입니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 합니다. 남들도 그렇다고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서러워도 울지 않습니다.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말입니다. 인간이기에 상처 받고, 힘들고, 울고 싶은데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하지 못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나이 값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닐 진데 나이를 먹었으니 어른이라 말합니다. 상처 주지 말라고 나 많이 아프다고 힘들다고 그러니 어깨 좀 .. 2022. 9. 21.
동행 - 미얀마 미얀마 ‘파안’에는 유독 동굴 사원이 많았다. 동굴 내부는 불심만큼 헤아리기 힘든 부처상들과 천장이나 벽면 가리지 않고 그리거나 새겨진 부처의 모습들로 가득했다. 동굴 사원들의 첫인상은 비슷한 듯하지만 내부는 자연이 만들어낸 곳이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그 모습을 달리했으며 색다른 매력을 풍기며 호감을 자극했다. ‘파안’에서의 하루는 시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사원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기사가 딸린 오토바이 택시를 대절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인적도 드문 허허벌판을 지나면 카르스트 지형의 바위산이 나오고 그곳에는 동굴 사원이 있었다. 그렇게 몇 군데를 둘러보고 간 마지막 사원. 동굴 입구는 여느 동굴 사원과 비슷했다. 진종일 더위에 지친 나는 사원의 내부보다 동굴이 주는 시원함과 청량감이 더 반가웠.. 2022. 9. 17.
위로 위로 한 번도 온 적 없는 낯선 도시. 들어본 적 없는 언어. 두 번은 마주치지 못할 얼굴들.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실수를 하고, 문득 두려움이 몰려들기도 한다. 괜찮아, 처음이잖아. 여행지의 모든 것이. 나이가 들수록 더 단단해지거나 명쾌해 질 줄 알았다. 매번 다른 모습과 느닷없는 방향에서 시련이란 놈은 얼굴을 내민다. 확신 없는 신념에 흔들리고, 두서없는 방황에 절망하고,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허기로 늘 위태롭다. 괜찮아. 지금의 나이는 너 생에 있어 처음이니까. 2022.09.05 - [알고 떠나자/스리랑카Sri Lanka] -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Sri Lanka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Sri Lanka 스리랑카Sri Lanka 국명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 공화국 19.. 2022. 9. 15.
때가 되면 - 인도 인도에서의 시간은 ‘숫자’가 아닌 ‘때’이다. 출발시간이 지나도 기차가 오지 않아 묻고 따지면 ‘때가 되면’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재촉해도 ‘때가 되면’이었다.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 헝클어진 도로에서도 ‘때’를 봐서 건너면 되는 것이었다. 나의 조급함과 상관없이 ‘때’가 되어야 기차가 오고, 음식은 나오며, 느릿해진 차들 속 틈이 생기면 도로를 건널 수 있었다. ‘시간’에 매여 시계만 쳐다보며 초조해하기보다 올 ‘때’를 기다리며 다음 여행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식당 옆자리의 현지인들과 눈인사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이 나이라면, 혹은 이쯤이면 이라고 생각한 숫자에 갇힌 인생의 시간이 아직 오지 않은 건 ‘때’가 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2022. 9. 11.
아릿한 첫사랑 - 인도 ‘처음’이란 단어가 붙는 모든 행위에는 설렘과 특별함이 묻어 있다. 처음 여권을 만들고 간 해외여행이자 배낭여행지는 ‘인도’였다. 여행을 좀 해본 사람들이 간다는 그곳을 ‘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선택했다. 어떠한 일이 생길지에 대한 걱정보다 낯선 도전에 대한 설렘만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입국심사에서 궁핍한 영어실력을 만회하기 위해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기만 했다. 직원의 반복되는 질문에도 웃기만 하는 나의 모습을 기막혀하며 헛웃음과 함께 입국도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인도에 온 것을 환영해주었다. 내가 소심하고 우물쭈물하게 받아든 여권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의 증명이었다. 인도 공항을 나오니 악명 높은 델리의 매캐한 공기 속에서 커리 향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 2022. 9. 8.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 이집트 다합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이집트 ‘다합’은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곳이다. 숙소에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질리지 않는 바다가 있고, 저렴한 물가 또한 넉넉지 못한 배낭 여행자에겐 매력적이다. 맑음을 넘어선 투명한 홍해 바다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 바다를 좋아하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에 늘어선 카페에서는 차 한 잔만 마시면 스노클링을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어 싫증날 때까지 물속을 구경할 수도 있다. 바다가 지겨워지면 근처 사막에서 4륜 오토바이나 낙타를 즐길 수 있고, 모세가 십계명을 받아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 시나이 산을 다녀올 수도 있다.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하루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다. 나는 다합에서 열흘을 보냈다. 원래 다.. 2022. 8. 31.
내가 낯설어서 나는 외로웠다 -이집트 , 라오스 내가 낯설어서 나는 외로웠다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다가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의 본성이나 성질이 새로운 환경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피라미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묵고 있는 시내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마이크로버스를 갈아타야하는 복잡하고도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시내에서 택시를 타기에는 요금이 만만치 않아 가난한 여행자는 지하철을 타고 간 후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지하철을 내리니 택시기사들이 알아서 나를 호객을 해주었고 요금도 바가지를 씌우지 않아 택시를 탔다. 10분쯤 시간이 지나자 택시기사가 ‘낙타, 사무실’을 운운했다. 영업행위를 하는 듯 열심히 설명하는 택시기사는 나의 비루한 영어실력을 눈치 채지 못했다. .. 2022. 8. 27.
비교의 불행 - 이스탄불 뷔위카다Büyük ada 비교의 불행 튀르키예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이스탄불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프린스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뷔위카다Büyük ada’섬이었다. 과거 터키 왕족과 귀족들의 유배지였다는 묘한 이력과 현지인들도 입을 모아 추천하는 섬이라 주저 없이 길을 나섰다. 던져주는 과자를 좇는 갈매기만 없었다면 강이라 착각했을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질러 도착한 섬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있었다. 선착장 입구에 줄지어 선 가게들과 좀 더 편한 관광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마차들은 그곳이 유명 관광지임을 증명해 보였다. 자전거든 마차든 빌려 섬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뒤로 하고 튼튼한 두 다리와 정처 없이 걷는 자유로운 방랑자의 모습을 흉내 내며 수많은 호객꾼들을 뚫고 본격적인 섬 탐방길에 올랐다. 섬의 해안가로..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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